상수도관 "터지면 고치지" 땜질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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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에서만도 상수도관 노후.차량 진동.공사 부주의 등으로 연간 3만여 건의 상수도관 누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터진 상수도관은 고치면 된다' 는 식의 사후 땜질식 처방에만 의존하고 있는데다 사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어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 실태〓6일 오후 5시2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 북단 밑에서 지름 8백㎜ 크기의 상수도관 이음새가 터졌다. 이때문에 강변북로 공항방향 2개 차선이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 9시30분까지 4시간여 동안 일대 교통이 통제돼 차량들이 인근 도로로 우회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도 서울 은평구 불광2동 서부터미널 앞에서도 지름 4백㎜ 상수도관에서 수돗물이 새 이 일대 2백50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17시간이나 중단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3만여건의 누수가 발생했다.

원인별로 보면 ▶상수도관 노후에 따른 자연 누수가 77%▶통행 차량 진동에 의한 누수 18%▶공사 부주의 4% 등이다.

공사 부주의로 인한 누수 사고는 ▶민간건축공사 31%▶구청 공사 22%▶지하철.도시가스 공사 각각 15% 순이다.

◇ 문제점〓차량 진동.공사 부주의 등으로 인한 누수사고가 전체의 22%에 이른다는 것은 지역 사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상수도관을 매설했거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자연 누수인 경우에는 시 예산으로, 공사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해 복구하고 있다" 면서 "하지만 누수 사고 원인 제공자를 형사 고발한 적은 없다" 고 털어 놓았다.

시민들이 피해를 봐도 예산이나 시공사 부담으로 복구비만 지불하면 되므로 사고 예방의지가 약할 수 밖에 없다.

시가 지하매설물 현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점도 공사 중 누수사고가 잦은 이유로 지적된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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