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탄 은행 구조조정] 은행·전문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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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짝짓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자 한빛.조흥.외환 등 해당은행들은 "예견된 일이긴 하나 너무 빨리 닥쳤다" 면서 정부측 진의를 파악하느라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그간 시장에서 지주회사를 통한 합병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연내에 부실을 과감히 정리하고 클린뱅크로 거듭날 수 있다" 며 독자생존 의지를 거듭 천명해왔었다.

한빛은행 민종구 경영지원팀장은 "이미 외환위기 직후 합병을 경험해본 결과 은행 내부적으론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시너지 효과보다 더욱 크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 라면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밑그림을 갖고있는지 파악되는 대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 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외환은행 김성우 기획담당 상무도 "직원정리나 전산통합 등 합병 관련 작업이 만만치않을 것" 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정부가 부실채권 정리작업을 지원해 클린화가 이뤄진다면 경쟁력있는 3개 은행이 합쳐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선도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이긴 하나 조흥.한빛 처럼 공적자금이 막바로 출자되지 않았으며, 정부 다음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정부 주도 합병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다소간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단순히 3개 은행을 합치는 것만으론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홍택 금융팀장은 "한빛.조흥 등은 1차 합병으로 인한 통합작업도 미처 마무리짓지못한 상태이므로 2차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클 전망" 이라면서 "합병 이후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축소해나갈지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우진 연구위원도 "합병은행이 탄생하면 정부가 자립할 때까지 꽤 오랜 기간 어떤 식으로든 지원할 수 밖에 없으므로 나머지 우량은행들이 불공정 경쟁의 피해자가 되는 문제도 고려해봐야한다" 고 꼬집었다.

한편 이미 물밑에서 합병 가능성을 활발하게 타진 중인 국민.주택.하나.한미 등 우량은행들은 이번에 정부가 푸짐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히고 나섬에 따라 합병추진 일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H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형화 추세에서 독자생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면서 "가장 유리한 조건의 은행을 골라 합병함으로써 경쟁력을 배가시킬 계획" 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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