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장애 극복 '특별한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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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경남 마산시 신포동 마산대우백화점에서 개장한 ‘아름다운 가게’ 마산대우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마산=송봉근 기자

"남들이 쓰던 물건이라 혹시나 했는데 무척 싼 데다 물건이 참 깨끗하고 예쁜 게 많네예. 아이들 추석빔도 여기서 살랍니더."

경남 마산시 자산동에 사는 주부 이영숙(45)씨는 20여평 남짓한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쓸만한 물건을 고르기에 바빴다. "의류와 신발 2만원어치를 샀다"는 지체장애인 문숙현(37.마산시 완월동)씨는 "수익금으로 여성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안쓰는 물건을 기증받아 되판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윤팔병 www. beautifulstore. org)가 21일 오후 경남 마산시 신포동 대우백화점 5층에 문을 열었다. 전국 28번째 매장이자 경남에서는 최초의 매장이다.

특히 이 매장은 경남여성장애인연대(회장 송정문.34)와 공동으로 운영된다. 수익금의 절반은 경남장애인연대에서 여성 장애인의 자활을 돕는 데 사용된다.

송 회장은 "여성 장애인이 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공동운영에 참여했다"며 "천연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는 비누공예 자활팀 장애인들에게 수익금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40분 개장식에 이어 문을 열자 두 시간 가까이 줄 서 있던 시민들로 가게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시민들은 1000여명. 이들은 주로 2000원 안팎인 의류.가방.책.음반.액세서리.주방용품 등 재활용품 1500여점을 구입했다.

당초 마산대우점은 백화점 후문에 텐트를 설치하고 마련될 예정이었다. 재활용품을 파는 공간이 매장 안에 설치되면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한동(52)점장이 강력하게 매장 안에 설치할 것을 주장해 공간을 확보했다.

정 점장은 "영업간부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하지만 시민의 도움으로 지난해 태풍 '매미'의 피해를 잘 이겨냈는데 이왕이면 고객이 이용하기 편하고 판매에 도움이 되는 장소를 제공하자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측은 지하 2층에 50평 규모의 물류창고 공간도 제공하고 재활용품 5000점을 기증했다.

마산=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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