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치 거짓말' 배운 서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늘 오전 10시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을 방문해 15분 정도 환담했다." (7일 저녁 李德周 자민련 명예총재 특보)

"그 사람들(자민련)이 거짓말 하는 거다. 나는 (JP를)만난 적 없다." (徐대표, 7일 저녁 회동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언제 없는 말 하더냐. 난 만나지 않았다." (8일 오전 9시 徐대표)

"徐대표가 7일 오전 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과 함께 신당동을 방문해 국회의장 선출에 자민련이 협조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8일 오전 10시 자민련 金學元대변인 공식발표)

7일 오후 徐대표의 'JP방문설' 이 정가에 흘러나오면서 JP측과 徐대표의 말이 엇갈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徐대표가 JP를 방문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다음날인 8일 오전 민주당 당무회의 석상에서 徐대표는 계속 부인했다.

기자들이 "JP측에서 확인해줬다" 고 하자 徐대표는 "JP 본인이 그렇게 말했나□ (직접 물어보면) 다를 거다" 라고 ?잡아뗐다.

뒤늦게 사실로 확인되자 정동채 실장은 "두분이 만난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徐대표가 그렇게 말한 것" 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徐대표가 '약속을 안지킨' 자민련측을 원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자민련 이수영(李洙榮)명예총재 비서실장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 고 반박했다.

우리 정치권에서 비밀회동으로 인한 해프닝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DJP 워커힐 극비회동도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JP는 '합당합의설' 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남북 정상회담 전에 DJP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徐대표가 JP를 찾아가는 예(禮)를 표시하고, 두 사람이 방문 사실 자체를 대외비로 약속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쪽에 의해 그 약속이 깨졌는데도 계속 부인하는 徐대표의 행태는 소의(小義)를 지키느라 공의(公義)를 잃은 셈" 이라고 자민련의 한 의원은 지적했다.

민주당 한 3선의원은 "그동안 정치권에 워낙 밀실거래 풍토가 만연해 있어 벌어진 일" 이라며 "徐대표의 무기는 솔직함과 도덕성인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셈이 됐다" 고 안타까워 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