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체감지표… 한반도 평화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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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앙일보와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소장 이승철)가 개발한 '한반도 평화지수(KOPI:Korea Peace Index)' 는 남북한의 평화 관련 사건들을 유형별로 분석해 그 상황을 수치화한 국내 최초의 작업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에드워드 아자르 교수가 1948~78년까지의 세계 국가간 평화상태를 계량화한 적은 있으나 남북한만을 본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평화지수란

1947년 미국 핵물리학회 회보 표지에 '핵시계' 가 등장한 적이 있다. 핵시계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를 전문가들이 주관적으로 판단, 핵전쟁의 위험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장치였다.

핵시계가 작동할 당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52년 미국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던 때로, 핵전쟁 상태를 표시하는 12시에 2분전까지 다가갔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지수는 핵시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을 유형별로 분류, 수치화해 과학적으로 평화의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핵시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반도 평화지수를 통해 산출되는 그날그날의 지수는 +100(평화통일)에서 -100(전면전쟁)사이를 움직이며, 평화지수가 가리키는 상황을 알아보기 쉽도록 평화정도를 총 11단계로 나눠 표시하고 있다.

◇ 어떻게 산출하나

지금까지 남북한과 관련해 일어난 사건들을 망라해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건을 3백여개의 키워드로 분류, 15가지로 유형화했다.

그날그날 수집된 사건은 이들 15가지 유형별로 나뉜다. 분류된 사건마다 가중치가 부여된다.

가중치는 지금까지 남북한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 그 경중(輕重)에 따른 것. 가중치가 부여된 사건들의 최종 수치를 합산해 그날의 평화지수가 산출된다.

이를테면 지난 5월 18일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남북한 정상회담 실무절차 타결^북한 소년예술단 서울공연 확정^북한의 남한정당에 대한 비난 등이다.

이들 중 앞의 두 건은 '준공식적 교류.대화.정책표현' 에 해당하는 7번 사건 유형으로, 마지막 건은 '내부문제에 관한 일상적 태도' 로 8번 사건 유형으로 분류된다.

7번 사건 유형은 남북한 평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6점의 가중치가 부여되는 반면, 마지막의 8번 사건은 통상적으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1점의 가중치가 주어진다.

세 사건을 합산해 나타난 지수는 11로 교류증대(10)에 가까운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 왜 만들었나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사건은 작은 사건도 과대포장돼 선정적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널뛰기를 해온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책결정과정에서도 다소의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이승철 소장은 "평화지수라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이같은 혼선을 막고 합리적 정책결정을 유도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도움을 줄 것" 이라고 기대한다.

선거.혁명.전쟁 등 중요한 정치적 사건을 수학적으로 계량화하는 모델을 개발해 온 이승철 소장이 이 작업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말 교육부의 BK21사업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부터.

자료조사팀.지수화팀.전산화팀 등 박사급 연구자 10여명으로 구성된 이 연구소의 '한반도 평화지수 연구팀' 은 이 작업을 토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4강과 한반도의 국제관계를 계량화하는 작업도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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