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휠체어 테니스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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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구시민들은 대구를 ‘복지 대구’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이는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시를 지향하겠다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마다 6월 초면 대구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값진 행사가 있다.‘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가 그것이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은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의 물결은 마치 천상의 사람들이 잠시 이 땅에 내려와 일을 하는듯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 대회의 자랑거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우선 주제가 좋다. 장애인에게 스포츠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행사다. 보통 사람들은 스포츠를 잊고 살아도 건강에 큰 지장은 없다.출·퇴근 행위를 비롯한 생활 그 자체가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스포츠가 생명을 연장시키는 장치나 다름없다. 이 땅의 장애인은 대부분 스포츠로부터 소외돼 있다. 그들도 싱싱한 인생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행사다.

지역성이 돋보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는 ‘노인도 장애인도 함께 타는 지하철’을 만들자고 시민이 나서 결국 이를 성취한 도시다.

서울을 제치고 가장 권위있고 알찬 장애인스포츠대회를 열고 있는 장애인스포츠의 ‘메카도시’다. 이런 점이 작용해 대구 수성구청의 이하걸 선수는 휠체어테니스 부문 국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얼마전엔 개인후원회까지 결성되는 행운도 잡았다.

셋째는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대회는 올해 세계휠체어테니스연맹이 승인해 ‘공인대회’ 반열에 올랐다. 머잖아 이 대회 출신의 지역선수가 윔블던이나 US오픈 같은 권위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게되리라 확신한다.

나아가 ‘휠체어에 관심을!’이란 이 대회의 표어처럼 장애인을 수용하는 수준높은 사회로 발돋움할 것이다.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인 만큼 소중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그러나 휠체어의 품질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한국의 기술력이 부족해서인가?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은 이런 문제점을 힘찬 스매싱으로 제기한다.

이런저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장애인들은 코트에서 땀을 뿌리고 있다. 어찌 희망의 도시라 하지 않겠는가.

박은수 <변호사·대구오픈 휠체어테니스대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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