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명승지 가는 길 '미로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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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중학생인 조카와 함께 우리 불교문화의 명승지인 천안 각원사로 문화기행을 떠났다.

각원사에 있는 청동대불 좌불상은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을 출발한 지 한시간 만에 천안 인터체인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부선 상.하행선 어디에도 각원사로 가는 도로 안내표지판이 없었다. 어느 방향 몇㎞ 지점에 있는지 통행료를 받는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해인사.통도사.법주사 같은 유명 사찰은 먼 지역에서도 안내표지판이 친절하게 부착돼 있다.

하물며 청동대불을 보유하고 있는 각원사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지역내에 없다니 말이 되는가. 결국 이리저리 물어가며 두시간을 허비하고서야 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국인이 이렇다면 외국인 관광객은 어떻겠는가.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앞으로 많은 내.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이곳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톨게이트쯤에라도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천안시청 측에 전화하니 도로표지판 설치는 도로공사와 합의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올해 예산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진정한 세계화는 내 고장의 명승지를 홍보하는 전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이문학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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