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옷값 '배보다 배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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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해가 다르게 치솟는 시중 옷값의 원가는 과연 얼마일까. 만약 당신이 신사복 정장 한벌을 샀다면 그 옷의 원가는 조끼 한벌가격에 해당한다. 바지가격으로 유통비를, 상의 가격으로는 관리비를 당신이 부담한 셈이다.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국내 판매 의류제품 가격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가는 판매가의 약 3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옷값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유통비. 백화점이나 대리점의 판매수수료로 사용되는 유통비는 옷값의 30~38%를 차지한다.

E사 신사복 정장의 경우 원재료.임가공비.개발비등을 합친 제조원가는 11만7천6백원으로 최종 판매가 60만원의 19.6%에 불과했지만 유통마진은 19만8천원인 33%를 점했다.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관리비다. 인건비와 판촉비, 재고관리비 등이 포함된 관리비는 전체의 25%가량 된다. 원.부자재값과 임가공비.개발비등을 포함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38%로 제품마다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는 수입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중판매가는 현지구입가의 3~4배에 달하는 가격. 현지 판매가격이 53만3천4백원인 A사의 수입코트는 국내에서 1백67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중 유통비용으로 쓰인 돈은 41만7천5백원이며 관리비는 30만7천4백32원, 운송.보험.관세.보험등에 드는 비용은 19만3천8백74원, 판매마진은 21만7천7백95원이다.

이처럼 시중 옷값이 원가에 비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중의 하나는 재고비용에 대한 부담.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정상가로 팔리는 것은 30~40% 가량으로 시즌내에 팔리지 못한 옷들은 백화점 특설매장의 할인코너나 일반 상설 할인매장에서 50~60%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게 마련이다.

여름에 파는 겨울코트나 겨울에 파는 원피스를 잘 고르면 적은 돈으로 좋은 품질의 옷을 구입할 수 있는 이유.

디자이너의 이름을 걸고 판매되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이 재고 위험은 더 크다. 유통경로가 한정되어 있는 데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재고에 대한 부담이 모조리 옷값에 포함된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일반인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가격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또 디자이너의 캐릭터를 유지해야 하므로 팔리든 안팔리든 디자인의 일관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어 재고부담은 더 커진다. 반면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서 판매되는 옷들은 디자인 개발비.홍보비.판촉비가 거의 없다.

원가에 도소매 마진을 약간 붙여 파는 박리다매식을 취하기 때문에 판매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재고부담도 브랜드 옷값에 비해 훨씬 적다.

한편 의류업계에서 꼽는 옷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과다한 유통비. 섬유산업연합회의 문기영 과장은 "입점업체 직원의 월급부터 백화점 부대행사의 경품, 유니폼, 인테리어, 주차비까지 입점업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류업체들의 현실" 이라며 "백화점에서 가장 높은 판매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바로 의류다" 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백화점측은 백화점에서 홍보와 매장관리를 담당하는 데다 의류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다른 물품보다 많으므로 어쩔수 없다는 입장.

현재의 옷값 인하를 위해 의류업체와 백화점별로 다르게 설정돼 있는 품목코드를 국제표준코드로 바꾸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의류실용화센터의 장성욱 박사는 "코드를 통일하면 제품의 수량파악이 실시간 이뤄져 의류업체의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제안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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