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여파 해외전환사채도 '찬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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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달 국내 주가가 급락한 여파로 요즘 상장.등록기업들의 해외전환사채(CB)발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CB를 사겠다는 측이 급감하면서 발행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발행조건 또한 불리해지고 있다.

주가폭락에 따른 해외투자자들의 결제거부로 발행계약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코스닥의 가로수닷컴.한국디지털라인.와이즈원.드림라인.화인선트로닉스 등 5개사로서 CB발행이 러시를 이뤘던 3월(11개사)을 제외하고는 올들어 다른 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발행규모는 당초 계획을 밑돌고 있다. 7백만~8백만달러 규모의 발행을 예상했던 디지털라인의 경우 주간 증권사가 홍콩.싱가포르.룩셈부르크 등 해외투자가들을 사전에 접촉해 본 결과 수요가 적어 5백만달러로 줄여야 했다.

지난 3월 1천만달러어치의 CB를 발행키로 했던 와이티씨텔레콤도 지난달 실제 계약단계에 이르러서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입장을 유보하는 바람에 주간사의 해외영업망이 총동원돼 간신히 목표액을 맞출 수 있었다.

심지어 CB발행을 결의했다가 수요부족과 조건이 맞지 않아 발행 자체를 취소한 회사(코리아링크)도 있다. 또 한국정보통신과 옌트 등은 투자자들의 송금 거부나 계약이행 거부로 실제 조달한 돈이 당초 발표액에 훨씬 못미치는 바람에 증권업협회로부터 제재조치까지 받았다.

LG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고액의 전환가로 CB를 구입했던 외국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요즘 국내물에 대해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면서 "이 때문에 최근에는 CB발행을 의뢰하는 기업에 주가가 좀 오른 뒤에 추진하자고 권유하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적으로 0~5% 수준인 CB의 만기이자율(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의 채권이자율)을 가로수닷컴은 6%, 창명정보통신.와이티씨텔레콤은 7%까지 올려 발행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도 이에 준하는 각종 옵션 등을 감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사라졌던 리픽싱 옵션('Refixing:'주가하락시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해 주는 제도)도 재등장하고 있으며 리픽싱을 실시하는 기간도 과거 3개월 단위에서 1개월 단위로 바뀌고 있다.

대우증권 고우석 국제금융부장은 "4월 이후에는 거의 모든 기업이 이같은 리픽싱 조건을 붙여 CB를 발행하고 있다" 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외국인에게 더 많은 지분을 내줘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만기가 돼서 돈을 갚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자금운용상 유리하고, 시장에도 국내 유상증자보다 부담이 적어 유리하다" 고 말했다.

송상훈.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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