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집 풍경] '춘향골' 추어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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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여름철 보양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가지 있지만 추어탕만큼 대중적이고 친근하게 와닿는 음식이 없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시래기와 함께 푹 끓여낸 추어탕은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리는데 그만이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세륜중학교 건너편에 위치한 '춘향골(02-443-4262)' 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이는 남도식 추어탕집.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어탕이 식탁에 오르면 군침이 절로 나온다.

식기 전에 먼저 가늘게 썬 청양고추와 산초가루를 넣고, 숟가락으로 휘저어 국물부터 한술 떠 후후 불어가면 입에 넣으면 뜨겁고 매콤한 맛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공기밥 한술을 뽀얗고 진한 국물에 다시 넣어 푹 고아진 시래기를 적당히 얹어 먹는다. 밥.시래기.국물이 부드럽게 목젓을 타고 넘어가며 "시원하다" 는 소리가 절로 난다.

이제부터는 공기밥을 반만 덜어 뚝배기에 말고 배추겉절이.부추겉절이를 곁들인다. 매콤.달콤.세콤한 겉절이 야채 맛이 추어탕의 기름진 맛을 달래준다. 탕안에 밥이 줄어 들면 나머지 밥을 다시 말아 먹는다. 이렇게 밥을 나눠 말아 먹어야 추어탕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춘향골 추어탕은 다른 집보다 싱거운 편. 그렇다고 식탁위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보단 밑반찬으로 나오는 아가미젓으로 간을 조절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곰삭은 아가미젓도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

이 집에서는 미꾸라지를 전라도 남원일대에서 가져다 쓰는데 자연산은 구할 수 없어 양식미꾸라지를 쓴다. 그래도 독특한 양식방법으로 자연산과 가깝게 키워 맛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이집 주인의 설명이다.

추어탕은 1인분에 7천원. 국물이 모자르다 싶어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더 줄 정도로 인심은 넉넉한 편. 미꾸라지를 통째로 요리하는 추어튀김(소.1만원).추어전골(2만5천원).숙회(2만5천원)도 취급한다.

좌석수는 70여석.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10시에 닫으며 1년중 설.추석명절만 쉰다. 주차요원이 주차를 대신해줘 주차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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