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관리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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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은행이 정부의 가격규제를 통한 인위적 물가관리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공요금이나 관인(官認)요금을 억눌러 물가를 관리하기보다는 개별 품목의 가격은 시장에 맡기되 통화량 수위를 관리하는 거시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한은이 물가관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정부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규의 가격상한 지정을 완화.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금융통화위원회 규정을 고쳐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검사 및 자료제출 요구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경영상태와 관련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6일 한은은 '물가안정 주체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홍보방안' 이라는 내부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인위적 가격규제의 예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철도.우편요금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석유류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교통세와 일부 석유류 제품에 대한 최고판매가격 규제▶행정지도 등을 통한 목욕료.학원비 등 개인서비스요금 규제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정부의 이같은 규제는 ▶가격규제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끼워팔기' 등 불공정거래를 유발하고▶제품의 질과 서비스를 저하시켜 실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 참조>

따라서 정부의 가격규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업체들간의 담합 등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일시적인 물가안정수단에 그쳐야 하며,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석유사업법.집단에너지 사업법의 각종 가격 상한지정 등 남은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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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1970년대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을 분석한 결과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인건비나 해외요인 등 비(非)통화 요인에 비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관리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 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기관의 주요 경영상황 변동과 전체 금융시장 동향파악에 필요한 기초자료 제출과 검사요구권을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동안은 일부 금융기관으로만 제한돼 있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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