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진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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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강진은 한밤에 찾아왔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벵쿨루 지역 주민들은 칠흙같은 어둠을 공포 속에서 떨어야 했다.

○…벵쿨루 주민들은 5일 새벽부터 무너진 건물더미를 헤치고 생존자와 시체를 발굴하느라 도시 전체가 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전기가 끊어진 바람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인도네시아 관영 안타라 통신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벵쿨루 지역 경찰당국은 "피해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고 여진도 예상돼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 같다" 고 밝혔다.

○…두 차례에 걸친 강력한 지진으로 수마트라 서쪽 인도양 해상에서는 대규모의 해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진관측소의 캐럴린 벨 대변인은 "진원이 지표면에서 불과 33㎞정도로 매우 낮은 상태" 라고 전한 뒤 "이럴 경우 대규모 해일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고 설명했다.

○…이날 지진의 여파는 수도 자카르타는 물론 싱가포르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킨타마니.당그랑 등 자카르타 주변지역에선 아파트 기둥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사는 주민 수만명이 한밤중에 긴급 대피했다. 이 지역내 한국교민 7천여명도 여진을 우려해 동틀 때까지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 교민들은 "진동이 약 20초간 계속됐으며, 아파트 기둥이 두 차례나 휘는 모습을 목격했다" 면서 "집안 장롱과 냉장고 등 각종 가재도구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자는 가족들을 깨워 급히 대피했다" 고 전했다.

홍정표(洪正杓)자카르타 주재 한국대사는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진 발생 지역에 사는 한국교민들은 한명도 없다. 이 때문에 교민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 밝혔다.

洪대사는 이날 벵쿨루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람풍 지역에 주재하고 있는 미원.한국중공업 등 한국회사들과 접촉했으나 이들 역시 전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인도네시아 열도는 주요 단층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불과 한달 전에도 규모 6.5의 지진이 중부지역을 강타해 16명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지질학자들은 단층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에선 1992년 12월에도 해일을 동반한 규모 7의 강진이 밀어닥쳐 동부 플로레스 섬지방에서 2천5백명이 사망했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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