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동작동 현충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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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 중앙에 우뚝 서있는 현충탑 앞 오석(烏石)에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짓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휘호한 헌시가 새겨져 있다.

나라와 역사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콧날이 시큰해지는 현장이다. 현충탑 하단부 건물안에 들어가면 온몸을 나라에 바친 고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967년 현충탑 건립 때 설치된 위패(位牌)봉안관-.

6.25 당시 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허리에서, 혹은 비바람 몰아치는 강가에서 의롭게 숨져갔으나 시신을 찾지못한 10만3천여 위패가 이름과 계급도 선명하게 모셔져있다.

이등병부터 장교에 이르기 까지 빽빽하게 적혀있는 위패 앞에는 몇송이 꽃들이 놓여져 가신님들을 위로하고 있다. 뒤늦게 시신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어 위패 군데군데 지운 흔적이 보인다.

봉안관 한가운데의 우람한 영현승천상(英顯昇天像) 조각은 애절한 넋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대리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모서리에 천신.지신.해신.산신.목신.화신 등 6방위 석상들이 영령들이 안식할 수 있도록 수호하고 있다.

천정에서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선녀들이 영생을 기원하는 모습이 보인다.

봉안관 지하에는 전사자 주검은 수습했으나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무명용사 5천7백57위를 유골함에 안치한 납골당이 있다.

위패봉안관은 누구나 참배할 수 있으나 납골당은 출입금지 지역이다.

현충원 홍보담당 강종원(姜宗遠)사무관은 "현충원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격랑을 이겨내고 국가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애국자들이 잠들어 있는 호국공원" 이라며 "연중무휴로 무료 개방하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점차 늘고있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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