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짜리 국가사업 맡은 삼성전자 이조원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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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휴대폰만한 휴대용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나노테크' 개발에 승부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에서 10년이라는 최장기 휴직을 하고 10년짜리 국가프로젝트를 맡은 이조원(李兆遠.48)박사. 그의 최근 행보는 국내 과학기술계에 '처음'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화제를 뿌리고 있다.

李박사가 맡은 국가프젝트는 과학기술부가 10년 동안 추진하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 중 총 1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하는 나노기능소자사업이다.

그동안 단일 과학기술과제로 이만큼 큰 게 없었을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국가프로젝트 총괄책임자가 선정된 것도 처음이다. 그의 10년 휴직 역시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5년간 찾다 나노테크를 찾아냈다" 는 그는 "10년 뒤 우리나라의 반도체.정보통신 분야가 이 기술 덕에 크게 바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 사업 제안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해 채택됐다. 5년간 고민한 끝에 과학기술자로서의 꿈을 펼칠 10년짜리 대형사업을 찾아낸 것이다.

현재 그는 이 기술개발을 위해 직접 관련 연구개발기관.기술진 등을 뽑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나노테크는 초미세가공기술.재료기술 등 각종 첨단기술이 합해져 현재의 반도체 속도를 1백배 이상, 저장용량은 1천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과학기술계의 숙원기술 중의 하나다.

미국도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올 예산보다 84% 늘린 5억달러를 내년에 쏟아붓는다.

李박사는 "우리나라 반도체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2~3년 뒤에도 이런 호황이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며 "나노테크가 이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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