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용인 주민들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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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표적인 마구잡이 개발지로 꼽히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수지.구성면 주민들은 최근 당국의 대책이 쏟아지자 "집값은 떨어졌지만 다행스럽다" 는 반응이다.

용인시는 앞으로 신중하게 건축 허가를 내줄 방침이고 건설업체들은 환경을 중시한 개발 방식을 모색하기로 했다.

◇ 입주민 표정〓수지읍 상현리에 50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송영옥(33.여.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본지 보도 이후 이곳의 개발 문제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자 현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광고만 믿고 전원아파트 생활을 꿈꾸며 분양받았으나 현장 주변 야산을 허물고 빼곡이 들어서는 아파트들을 보고 나서는 '속았다' 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서울로 향하는 풍덕천 네거리는 하루 종일 정체고 입주에 맞춰 개학한다던 초등학교는 아직 터도 닦지 않았다.

宋씨는 입주 포기를 결심하고 부동산중개 업소에 "프리미엄은 기대하지 않으니 분양가만이라도 받아달라" 며 아파트를 내놨다.

구성면 일대 입주민들도 출근길 교통체증에다 아이들도 학교까지 20~30분씩 걸어가야 하는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하나둘씩 서울과 분당 등으로 떠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성면 마북리 L아파트에 입주한 朴모(35.여)씨는 "어차피 이곳에 눌러 살 사람들은 이 지역의 문제가 알려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고 전했다.

인근 아파트들의 가격이 입주 당시보다 2천만~3천만원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마구잡이 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 용인시〓용인시는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22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은 국토이용 변경 계획 과정과 아파트 사업승인.개발부담금 부과.기반시설 조성 등을 광범위하게 감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낮에는 감사받고 밤에는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등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감사를 계기로 법규 때문에 오히려 마구잡이 개발을 불러온 부분들이 대폭 손질됐으면 좋겠다" 고 희망했다.

김석우 도시국장은 "수지.구성 등 용인 서북부 지역의 도시계획을 오는 9월까지 재정비하겠으며 여러 요인을 고려해 건축허가를 내주겠다" 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아파트 건축 허가가 단 한건도 나지 않았다.

◇ 건설업계 움직임〓수지.구성 일대는 여전히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찬바람이 불자 신규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용인지역 전체에 다음달 신규 분양은 한건도 없다.

대형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민간업체끼리 컨소시엄을 형성해 민간 주도 또는 공공기관과 함께 참여하는 택지개발 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도로망.학교 등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아파트는 입주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 이라며 "건설업체들도 새로운 개발방법을 찾고 있다" 고 전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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