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캠프에 가면

중앙일보

입력


요즘 주부 이보경(42·대치동)씨의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 흐뭇하다. 아들 김민규(휘문중 1)군이 방학을 앞두고 자기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방학만 되면 부족한 학업 보충을 바라는 이씨와 좀 더 놀기를 원하는 김군 사이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거기다 중독마저 의심스러울 만큼 컴퓨터에 빠져 살던 김군이 갑자기 변한 것. 지난 여름방학 자기주도 학습캠프에 다녀온 후 부터다.

내년도 입시전형안 발표에서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가 예고되면서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김유미 교수는 “입학사정관제에서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울교대·인하대·한양대·경기대 평생(사회)교육원 등 각 대학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겨울방학 자기주도 학습캠프를 열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양대 사회교육원장 정기수 교수는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고 상급학교로 진학을 준비하는 겨울방학은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들이는 데 최적기”라며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공부습관을 만들어 두는 것이 학원 등에서 진행하는 방학 특강을 듣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주도 학습 캠프에 참가하면 우선 ‘마음열기’부터 시작된다. 공부 스트레스와 억눌린 감정을 열어 캠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이후 학생들은 생각전환훈련을 통해 공부를 왜 하는지,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비결은 무엇인지 토론과 강의를 통해 깨우친다. 게임, 만화, 음악 중독 등을 극복하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한 자기관리법, 암기 잘하는 법, 개념 잘 이해하는 법 등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이어진다.

이 캠프에 강사로 참여하는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입시전략 전문가 이강석씨는 “많은 학생들이 학원과 과외 강사들이 ‘찍어주는’ 문제를 받아먹는 데만 익숙하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지 않은 아이들이 사교육에 매달린다고 해서 성적이 좋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에게 의지하는 공부습관을 바로 잡는 것은 물론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자기주도 학습캠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열매”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예비 5학년~예비 고1학생을 대상으로 다음달 4일부터 각 대학의 일정에 따라 5일간 열린다. 자기주도학습 전문강사와 서울교대·한양대 재학생 멘토들이 함께 참여한다. 캠프 참여 접수는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홈페이지를 통해 24일까지 이뤄진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