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폭락장 '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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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미 나스닥 등 해외증시 폭락이 또다시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한때 65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는 11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소 시장은 금융.건설 등 저가 대중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오후에 잠깐이나마 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일시적인 반등 이외에 큰 의미는 없다" 며 "다만 금융주들이 이틀 연속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 이라고 분석했다.

◇ 널뛰기 장세〓미 증시 폭락소식과 함께 시작한 주식시장은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하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643.97, 코스닥지수는 110.25까지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가 3, 000선 아래로 밀릴 것이라는 미 증시전문가들의 전망은 장 초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전날에 이어 하나.신한.한미를 제외한 은행주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증권주도 대부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상황이 개선됐다.

현대산업.코오롱건설 등 건설주들도 모처럼 상승행진을 벌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등락폭이 40포인트를 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다음 등 일부 대형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비테크놀로지.유니와이드.화인디지털.위즈정보기술 등 최근 등록된 종목들이 강한 모습이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42% 하락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오성진 과장은 "LG정보통신 등 단말기 보조금 축소로 매출이 줄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과 삼성전자 등이 하락한 가운데 대중주들이 올랐다" 고 장세를 요약하며 "많이 떨어졌던 금융.건설주 등이 먼저 오르고 지수관련 대형주가 내리는 것은 주가가 바닥을 확인하고 있는 과정" 이라고 해석했다.

吳과장은 그러나 "완전한 바닥확인을 위해서는 대형주들의 바닥확인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 으로 내다봤다.

◇ 여전한 금융구조조정 불안감〓2차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LG투자증권 기동환 국제영업팀장은 "최근 해외IR를 다녀왔는데 외국기관들이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추가부실 발생 가능성▶기업의 실적보다는 구조조정 중시▶수급불안감 등을 갖고 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국내시장에서 주식투자자금 중 30억달러 정도를 달러로 바꿔 주가하락위험을 헤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 "환율의 변화에 따라 이 돈의 향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금융시장도 상당히 영향받을 것" 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거래소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22일과 23일 3백33억원과 7백71억원어치의 순매도에 이어 이날도 1백38억원을 순매도했다.

또 이날 하루동안 투신사의 매도가 1천5백64억원에 달한 것에 대해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동안 환매가 주춤했는데 최근 지수 700선이 무너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며 "주식을 새로 사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물이 조금만 나오면 주가가 크게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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