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성 회장이 콘크리트 전봇대와 교통 표지석 샘플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원기업은 콘크리트 전봇대와 하수관(흄관) 등을 만드는 업체다. 넓은 야적장에 회색빛 전봇대가 가득해 전형적인 ‘굴뚝 기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 원부성(54)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원 회장은 “콘크리트에 디자인을 접목시켜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을 만들어 냈다”며 “친환경성도 갖춰 굴뚝산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야심작은 콘크리트에 화강암·대리석 등을 넣어 자연석의 질감과 색깔을 낸 전봇대인 ‘디자인 폴’이다. 원기업은 이 제품으로 지난달 초 열린 ‘2009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원 회장은 “콘크리트는 섞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내고 디자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자연석 외에 와인병을 재료로 써서 자주색이나 분홍색 등도 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전봇대 등에 다양한 기구를 연결해 신호등·가로등·교통표지판 등으로 쓸 수 있게 패키지화했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커지면서 내년 이후에는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디자인 폴을 만든 것은 콘크리트 전봇대 사업의 한계 때문이다. 전봇대의 유일한 발주처는 한국전력이다. 회사 경영이 한전의 사업 계획에 좌우되는 셈이다. 또 다른 제품인 콘크리트 흄관(원형 하수관)도 건설 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신제품을 찾던 원 회장이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일본. 3~4년 전 관광지로도 유명한 도쿄 오다이바 신도시 일대에서 다채로운 디자인의 콘크리트 전봇대를 발견했다. 원 회장은 이 제품을 만든 현지 업체와 제휴해 제작 기술을 익혔다.
원리는 전봇대를 만들 때 콘크리트에 다양한 자연석을 섞은 뒤 전용 연마 기계로 갈아 내는 것이다. 자연석의 질감을 되살리려면 정밀한 가공이 필요하다. 길이 10m가 넘는 콘크리트 전봇대를 연마할 때 오차를 1㎜ 안팎으로 줄여야 했다. 원 회장은 기술을 들여오는 데 만족하지 않고 개량을 거듭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 제품보다 생산성을 4~5배 높일 수 있는 장치 등을 자체 개발, 특허도 6건이나 출원했다.
1964년 원 회장의 선친인 고(故) 원용선 회장이 만든 원기업은 국내에 콘크리트 전봇대를 처음 소개한 업체 중 하나다. 나무 전봇대를 대체한 콘크리트 전봇대는 헐벗은 산이 많았던 당시로서는 친환경 첨단 제품이었던 셈이다. 원 회장은 “콘크리트 전봇대는 철 제품에 비해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수명이 길어 친환경적”이라며 “디자인 폴을 통해 콘크리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승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