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외모와 성격, 별 관계가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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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옥니는 고집이 세다?

A 예부터 인간은 신체의 특정 장기 모양, 특히 치아 모양을 보고 상대방의 성격을 판단하려고 했다. ‘옥니는 고집이 세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인데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사연은 있다. ‘거인증’ 환자의 경우 치아가 옥니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거인은 힘이 강하니 당연히 고집이 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인증은 체격이 큰 격투기 선수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게다가 ‘습관은 제2의 천성’이란 말처럼 특정 장기의 모양 때문에 주변에서 반복해서 ‘너는 그럴 것이다’는 말을 듣다 보면 의식·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그쪽으로 강화시키려고 한다.

예컨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늘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엄숙한 느낌을 줬다. 이런 그의 모습은 사실 틀니 착용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치아가 고우면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다’는 속설도 일리가 있다. 치아가 예쁜 사람은 마음 놓고 이를 다 드러내고 활짝 웃는 경향이 있어 주변에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또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본인도 모르게 활짝 웃고, 이렇게 웃다 보면 성격도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성격은 치아 모양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밤에 이를 갈고 자는 경우가 많다. 즉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은 치열이 마모돼 치열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특정 장기의 모양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부드러운 인상에서 보듯 외모는 결코 심성이나 성격과 무관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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