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퀸란, V자 스윙서 홈런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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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퀸란의 홈런레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7일 현재 15개로 단독 선두. 2위 윌리엄스(현대).스미스(삼성)와는 세개차다.

지금까지 한번도 홈런 선두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꾸준하게 홈런을 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4게임 연속 결승타점도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헛스윙을 남발하는 '공갈포' 라느니 한순간 몰아치기에만 능할 뿐이라는 비아냥이 쑥 들어갔다.

퀸란은 본래 3루 수비 전문선수로 수입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트리플A에서도 12년간 고작 1백56개의 홈런을 쳤을 뿐이다. 한해 23개 이상의 홈런을 친 적도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가공할 힘이 나오는 것일까. 국내 야구장이 좁고 펜스높이가 낮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국내 투수들의 수준이 미국보다 못하다든가 아직 퀸란의 '약점' 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등도 홈런을 잘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다른 용병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독 퀸란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의 홈런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의 타격 인스트럭터 백인천씨는 "그의 타격자세는 언뜻 보기엔 어퍼(upper)스윙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선 보기드문 V자형 다운스윙" 이라고 진단했다.

어퍼스윙은 배트를 잡은 그립이 어깨 밑으로 내려와 있다가 올려치는 스타일인데 비해 다운스윙은 그립이 귀높이에 올라와 있다가 스트라이크존까지 내려오면서 공을 치고는 다시 올라가는 스윙.

이승엽 등 국내 대부분의 홈런타자들도 다운스윙을 하고 있다.

다만 국내 선수들이 완만한 U자형인데 비해 퀸란은 급격한 각도의 V자형이라는 점이 차이다.

V자형 다운스윙으로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순간까지 빠른 배트 스피드를 지녀야 하고▶배팅 타이밍도 정교해야 하며▶타격후 배트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전형적인 V자형 다운스윙을 구사했고 미국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런 스윙을 선호하고 있다.

결국 퀸란이 계속적인 홈런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익숙지 않은 V자형 다운스윙에 대해 국내 투수들이 얼마만큼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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