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녹음테이프 왜 공개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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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린다 김의 육성(肉聲) 녹음테이프는 어디로 갔을까.

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48.여.한국명 김귀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부하 직원에게 군 관계자에게 줄 '뇌물' 을 준비시키면서 그 지시 내용을 녹음해뒀다는 테이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제의 녹음테이프는 1998년 11월 백두사업 총괄책임자였던 ○○부대 군무관리관 권기대(權起大.57.예비역 육군 준장)씨가 린다 김으로부터 1천2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군 검찰 관계자는 "린다 김이 97년 10월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면서 녹음해둔 테이프를 기무사가 확보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군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 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녹음테이프에 대해 "린다 김이 '權장군 때문에 일 못하겠어. 돈을 안 줘서 그런지 계속 시비야. 안되겠어. 權장군 주게 1천만원만 만들어 놔' 라고 말하는 내용"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으며 權씨측 변호인이 공개를 강력히 요청했으나 끝까지 거부했다.

린다 김이 權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것은 97년 10월 31일과 12월 10일 두 차례로 '각각 '5백만원씩 모두 1천만원이었다. 2백만원은 부하 직원을 통해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의문스러운 것은 린다 김이 왜 그런 대화를 녹음해뒀으며, 그리고 테이프가 어떻게 기무사로 넘어갔는가 하는 점이다.

린다 김이 자신의 뇌물 공여를 입증하는 테이프를 스스로 기무사에 넘겼다면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시 그녀와 군 검찰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린다 김이 녹음한 게 아니라 기무사가 불법감청을 통해 녹음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權씨측 변호인인 박정근(朴正根)변호사는 "기무사가 97년 린다 김 주변을 감청하면서 녹음했으나 영장이 없는 불법감청이어서 공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고 주장했다.

불법감청이 사실이라면 기무사는 왜 혐의를 포착하고도 1년이 넘도록 방치했는지도 의문이다.

朴변호사는 "백두사업 소요 부대 총괄책임자인 權씨가 '당초 계약에 따른 원칙적인 사업진행' 을 끈질기게 주장해 군 내부에서 잡음이 계속됐다" 며 "국방부가 이런 논란을 끝내기 위해 뒤늦게 權씨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린다 김이 테이프의 존재 여부와 행방에 대해 어떤 진술을 할지 주목된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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