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발레단, 미주 공연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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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리석과 같은 명징(明澄)함과 가슴 터지는 듯한 세련되고 정교한 우아함을 기적처럼 이뤄냈다" (5월 1일자 시카고 트리뷴지, '심청' 의 공연평)

"마치 화려한 보석과 금으로 장식한 듯 찬란하게 빛나는, 화사한 봄빛깔로 채색한 보물과도 같은 작품" (4월 15일자 밴쿠버 선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의 공연평)

이는 유니버설 발레단이 미국.캐나다 매스컴들로부터 받은 찬사들. 세계 무대에서 한국발레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3월 29일부터 41일간 미국.캐나다에서 공연했던 유니버설 발레단(단장 문훈숙)이 최근 귀국했다.

1998년 미국.캐나다 데뷔공연에 이어 발레단은 시카고.밴쿠버.랭카스터.스포켄.베네츠빌 등 크고 작은 14개 도시를 돌며 스물한 차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심청' '러시아 발레 걸작선' . 그 중 현지인들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은 '심청' 이었다.

"주요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것은 물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공연을 보지 못하?되돌아간 관객들도 줄을 이었습니다. 특히 시카고에서 가진 공연은 5회에 1만2천명이 관람했을 정도였죠. 우리 발레단의 대표작 '심청' 을 현지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자부합니다."

문훈숙 단장은 이렇게 말하고 앞으로 무대장치에 좀 더 손질을 가해 '심청' 을 세계 무대를 겨냥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는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작품이지만 극적인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심청' 은 효를 주제로 한 이야기 자체가 감동적이고 서양인들로서는 색다르고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더욱 관심을 끈 것 같다" 는 게 문단장의 분석이다.

1986년 아시안 게임 당시 첫 선을 보인 '심청' 은 이번 공연에 대비해 서양인들도 우리의 전통과 미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이 의상.안무에 대대적 손질을 가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거듭났다.

비노그라도프 감독은 23년간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다 1998년 유니버설 발레단의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이번 공연에서 심청 역을 맡아 무대에 선 문단장은 "개인적으로 극적인 작품을 좋아하는데다 오랫동안 해온 작품이고 음악도 감동적이라 춤추기 좋다" 고 평하고 "공연을 보고 난 후 감동을 받아 우는 관객도 있어 놀랍고 뿌듯했다" 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잦은 이동.

"14개 도시를 순회하다 보니 자주 이동해야 해 몸이 악기인 무용수들로서는 여간 힘들지 않았다" 는 문단장은 "하루에 비행기를 두 번씩 갈아타며 6~7시간씩 이동하는 게 보통이었다" 고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미국 공연 성공 기념으로 다음달 26~2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무대에 '라 바야데어' 를 올린다. 오는 10월엔 스위스.오스트리아.그리스 등 유럽 6개국에서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 을 5주간 공연할 계획이다. 문단장은 17일 귀국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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