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혔다’ 한국인 조상 이동경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미국 등 다국적 연구팀이 아시아인의 이동 경로와 유전적 특성을 밝힌 것은 세계 민족이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 방법이나 대상으로 삼은 민족 수 등 면에서도 기존 연구보다 광범위해 이번에 제기된 ‘단일 경로 유입설’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학계의 지지를 많이 받던 기존의 ‘다중 경로 유입설’의 경우 수만 년 전 동남아인들이 남쪽에서 동북아 쪽으로 올라오고, 유럽 쪽에 가까운 중앙아시아인들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사뭇 다르다. 오로지 동남아 쪽 단일 경로를 타고 동북아 쪽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한국생명연구원의 강호영 박사는 “73개 민족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는 처음이다. 새로운 유전자 추적 기법을 활용해 신뢰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민족이동 경로를 추적한 연구들은 많아야 10여 종의 민족을 대상으로 삼아 20~30개 유전자를 추적했다. 이번 연구는 5만6000여 개 유전자를 분석한 뒤 비슷한 유전자가 많은지 적은지를 이용해 민족의 이동로를 추적했다.

민족 간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도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를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인과 중국인은 5.03, 한국인과 일본인은 4.23, 중국인과 일본인은 6.99, 한국인과 유럽인은 58.2였다. 한국인이 일본인과 가장 가까운 셈이다. 이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건너갔다는 학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아시아인의 체질에 어떤 약물이 효과가 크고 작은지를 알거나 질병 발생 경로 등을 분석하는 데에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