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상표 등록취소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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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K씨는 젖꼭지 등 유아용품으로 잘 알려진 'NUK' 상표와 비슷한 'NUK엔유케이' 를 1993년 옷제품용 상표로 등록, 사용해 오다 사업체까지 몽땅 날렸다.

NUK 상표권업체인 독일의 파파게엠베하가 K씨를 상대로 낸 유사상표에 대한 등록 무효소송에서 지난해 6월 패소한 여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해 놓은 상품의 판로가 막히고 자금이 돌지 않아 결국 지난해말 부도가 난 것이다.

특허청이 16일 밝힌 '모방상표 등록 취소사례' 에 따르면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 사용해 오던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사에 휘말려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는가 하면 패소에 따른 상품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회사 이미지 훼손도 무시할 수 없는 손해.

모방을 했거나 등록 뒤 사용하지 않아 특허청으로부터 등록이 취소된 상표는 98년 4백96건, 99년 5백14건에 이른다.

이중 등록취소된 모방상표들은 대부분 외국 유명 상표가 아직 국내에 등록을 하지 않은 '시간차' 를 악용하다 덜미를 잡힌 경우다.

상표 '베끼기' 는 일부 국내 업체간에도 발생했다.

모방상표의 출원은 유행에 민감한 의류를 중심으로 일명 토털패션 품목으로 일컬어지는 신발.가방류.운동용구류 등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강아지를 의인화한 '스누피' 도 모방상표에 휘말린 대표적 상표. 국내 A사는 미국 유나이티드 피처사의 스누피 상표보다 몸통부분은 적게, 머리부분은 더 크게 만들어 95년 특허청에 등록, 사용해 왔다.

그러나 원 상표권자의 제소로 3년여 동안 지루한 송사를 벌인 끝에 지난해 5월 패소했다.

이 때문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거래선 확장도 못하고 패소 뒤에는 회사 이미지까지 먹칠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외에 특허청이 밝힌 등록 취소 유사상표는 '개스퍼' 'UNION유니온' 'JOINUS' 'KRIZIA' 등 14개다.

모방한 상표들은 소비자들이 언뜻 봐서는 원 상표와 구분하지 못하거나 이미지를 비슷하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 특징. 상표의 일부 글자 모양을 약간 바꾸거나 그림이 같은 이미지를 풍기도록 도안하는 식이다.

특허청 송병주 특허심사관은 "모방상표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 출원을 해도 등록이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며 "유명상표에 무임승차하려다 되레 기업까지 망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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