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인회생제" 배드뱅크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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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불량자의 빚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법원의 개인회생제도 시행이 오는 23일로 다가오자 기존 신용불량자 구제 프로그램의 신청자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개인회생제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소액 신불자까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사례가 속출해 각 금융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5000만원 미만의 빚을 진 신불자 구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한마음금융(배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1차 시한을 앞두고 4000명을 넘어섰던 하루 구제 신청자 수가 9월 초부터 1000명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배드뱅크는 출범 초기 2000명 안팎이었던 구제 신청자 수가 8월 들어 4000명을 넘어서자 구제 기간을 11월 20일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총 채무가 3억원 미만인 신불자를 구제하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사람도 줄고 있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일 평균 1300명 안팎이던 구제 신청자가 개인회생제 시행에 대한 보도가 나간 8월 31일 이후 1000명 안팎으로 줄었다"며 "상담을 신청해온 신불자 상당수가 개인회생제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소액 신불자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각 은행의 구제 프로그램은 개점휴업 상태다. 신한은행은 8월 3일부터 신한은행에만 500만원 미만의 빚을 진 신불자를 대상으로 사회봉사활동 1시간당 2만원씩 빚을 탕감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대상자의 85%가 연락이 되지 않았고, 통화가 된 115명 중에서도 육체적인 노동을 하기 싫다며 포기한 사람이 63명이나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회생제는 빚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대신 최장 8년 동안 부채상환 프로그램에 얽매여야 하고, 빚을 다시 연체하면 훨씬 엄한 제재를 받는다"며 "빚이 3억원 미만인 신불자는 신용회복위원회, 5000만원 미만이면 배드뱅크가 유리하고 한 은행에만 빚을 진 사람은 해당 은행의 구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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