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곽상필 전 제민일보 사진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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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의 카메라는 언제나 장애인을 향하고 있다. 스스로가 몸의 반쪽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장애인이지만 그런 장애인만을 고집스럽게 렌즈에 담고 있다.

사진작가 곽상필(郭尙弼.45)씨는 사건 현장을 누비던 제주도 내 유력 일간지인 제민일보 사진부장 출신이다.

취재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그는 1992년 10월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제주에서 열리고 있던 한국사진기자회 보도사진전을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는 행사를 마친 뒤 동료들과의 회식자리에서 구급차에 실려갔다.

병명은 뇌경색. 죽음을 넘나드는 뇌수술을 마치고도 수년간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였다. 물론 그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생활 수단이었던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제주인들에게 잊혀져 갔던 郭씨는 지난해 9월 재기에 성공했다.

반신불수로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그가 한쪽 손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만든 작품들과 함께 대중앞에 나선 것.

'소록도 풍경' 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그의 사진전은 재기를 향해 줄달음치는 노력과 집념 그 자체였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과 신체를 가진 소록도 나환자들이 고스란히 그의 렌즈에 담겨있었다.

그는 같은 장애인 처지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따뜻한 시선을 렌즈를 통해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7일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첫 사진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소록도 뿐만 아니라 충북 음성의 꽃마을, 추자도, 그리고 제주도내 곳곳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삶을 렌즈에 담았다. 정상인의 도움 없이도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郭씨는 "장애인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작품에 담는 작가로 영원히 남고싶다" 고 말했다.

제주언론인클럽은 17일 오후7시 제주시 하니크라운호텔에서 그의 재기를 축하하는 출판기념회를 연다. 064-751-0066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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