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화신 카르멘 '춤의 여왕' 으로 환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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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이 1백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모던 플라멩코와 재즈댄스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전미례 재즈 무용단이 오페라 카르멘을 모태로 한 작품 '누에보 카르멘(새로운 카르멘)' 을 25~28일 오후 4시, 7시반(25일 4시 공연 없음)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카르멘' 은 오페라는 물론 현대무용.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재즈 댄스와 모던 플라멩코로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에보' 라는 말에 걸맞게 이번 작품은 카르멘의 모든 것을 현대 감각에 맞게 바꾸었다.

카르멘과 호세, 그리고 연적(戀敵) 에스카미요의 비극적 사랑과 삼각관계를 다룬 원작의 줄거리에는 충실하지만 원작에서는 투우사였던 에스카미요를 악당 두목으로 설정하고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등 새천년에 걸맞게 각색했다.

대사 없이 춤으로만 줄거리를 진행하다보니 원작에는 없는 해설자 '거지' 역도 등장한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총4막으로 구성된 원작과 달리 '누에보…' 은 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카르멘과 호세가 만나는 저자거리 장면에서는 카르멘의 고혹적인 모던 플라멩코가 펼쳐지며, 카르멘과 호세, 에스카미요가 한 자리에 모이는 둘째 장면에서는 격정적인 살사와 뮤지컬 재즈 댄스가 주를 이룬다.

호세와 카르멘이 사랑을 확인하는 셋째 들판 장면에서는 우아한 모던 발레와 모던 플라멩코를, 카르멘에 대한 호세의 질투가 절정에 이르는 넷째 결투 장면에서는 현란한 힙합 댄스를 볼 수 있다.

에스카미요와 카르멘의 결혼식 장면인 마지막 장면에서는 로큰롤 댄스, 정통 플라멩코, 모던 재즈댄스 등 다양한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누에보 카르멘' 의 연출.구성은 연극배우.연출가.무용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만능 엔터테이너 장두이씨가 맡았다.

장두이씨는 해설자인 '거지' 역으로 출연하기도 해 1인3역의 몫을 톡톡히 한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카르멘 역의 전미례(재즈댄스), 호세 역의 이득효(발레), 에스카미요 역의 박일규(현대무용), 메르세데스 역의 김정민(한국무용)등 전공 분야가 다른 출연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는 것도 재미있다.

전미례씨는 재즈댄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국내 플라멩코의 대부 조광(71)씨에게 이를 배워 17년간 플라멩코를 춰온 숨은 실력가. 이번 무대에서 그의 플라멩코 솜씨를 한껏 발휘한다.

"재즈댄스는 어느 정도 보급이 됐는데 플라멩코는 아직 대중들의 인지도가 무척 낮은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플라멩코 교습소가 날로 번창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카르멘 역을 맡은 전미례씨는 공연을 보고 나면 플라멩코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싹 바뀔 것이라고 자신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김자경 오페라단의 '카르멘' 등 여러 오페라단의 '카르멘' 안무를 맡았던 전씨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카르멘' 이 플라멩코를 알리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여겨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들려준다.

전씨는 한달간 스페인에서 체류하며 음악과 소품 등을 준비했을 만큼 이번 공연에 치밀하게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3~28일 낮 1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예술의 전당 무용연습실에서는 전미례씨가 강의하는 재즈 댄스와 플라멩코에 대한 특별 워크샵이 열린다.

수강료는 5만원, 접수는 20일까지 02-512-3547 전미례 재즈 무용단으로 하면 된다.

공연문의 02-338-628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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