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메일등 문자 활용 늘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여고생 두 명이 휴대폰의 자판을 열심히 누르고 있다. 한 명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국에 메일 보냈다' 고 자랑한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웬 호들갑이냐며 대답한다. '난 지금 채팅중이야' .

한 이동통신 회사의 CF 장면이다.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한글을 보다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천지인 방식' 을 채용해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으며, LG정보통신은 새 한글 입력 방식을 채택한 사이언 신제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LG정보통신의 권성태 상무는 "요즘은 휴대폰을 전화기로만 쓰는 게 아니라 전자수첩으로도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채팅을 하는 이들도 많다" 며 "10, 20대 젊은이들은 휴대폰을 살 때도 한글 입력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인지부터 확인한다" 고 말했다.

◇ 천지인〓휴대폰 문자 입력은▶자판이 작은데다▶표준 키보드 자리가 '0~9, *, #' 12자리로 한정돼 있고▶한글의 경우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는 방식이어서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 채용한 천지인 방식은 천(ㆍ).지(ㅡ).인(ㅣ) 세 버튼만으로 모든 모음을 표기할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ㅣ' 를 누르고 'ㆍ' 를 누르면 'ㅏ' 가 되고, 여기에다 'ㅣ' 를 다시 한번 더 누르면 'ㅐ' 가 된다.

또 자음 중 'ㄲ' 'ㄸ' 등 된소리를 표기하려면 'ㄱ' 'ㄷ' 버튼을 연속 세번 누르면 된다.

◇ 나랏글2000〓LG정보통신은 ㈜언어과학이 개발한 '나랏글2000' 을 채택한 신형 '사이언' 모델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나랏글2000은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적용한 방식.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자음 6개와 모음 6개를 9개의 키보드 자리에 배치해 한글 연속 입력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다 '덧쓰기(가획)' 와 '나란히(병서)' 의 기능키를 사용해 모든 글자를 표현해 낸다.

예를 들어 'ㄱ' 과 '나란히' 를 잇따라 누르면 'ㄲ' 이, 'ㅏ' 에 이어 '덧쓰기' 를 누르면 'ㅑ' 가 조합되는 방식이다.

'ㄴ' 에 이어 '덧쓰기' 를 한번 누르면 'ㄷ' 이 되고, 여기에 '덧쓰기' 를 한번 더 누르면 'ㅌ' 이 된다.

이같이 한글 구성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누구나 직관적 연상이 가능하고 자판도 단순해 사용자가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또 글자가 아니라 자소 단위 삭제가 가능하고 한글 연속 입력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언어과학의 정도상 언어공학연구소장은 "여러 휴대폰 제조업체가 테스트해 본 결과 입력속도가 천지인 방식보다 배 이상 빠르며 오타율은 40%이상 적었다" 고 주장했다.

◇ 다른 방식〓다른 휴대폰의 입력 시스템은 크게 '좌표 방식' 과 '연속 누르기 방식' 으로 구분된다.

좌표 방식은 액정 화면에 입력하려는 자모를 띄워 좌우 이동 키로 커서를 움직여서 선택해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다.

현대전자의 '걸리버' 와 SK텔레텍의 '스카이' 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연속 누르기 방식은 하나의 버튼에 2~3개의 자음 및 모음을 배치해 버튼을 1~3회 누르는 횟수에 따라 입력할 자음이나 모음을 고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역시 입력시간이 오래 걸리고 된소리 표기가 쉽지 않다. LG정보통신의 '사이언' 구형 모델과 모토로라의 '스타택' 등이 이 방식을 쓴다.

좌표 방식과 연속 누르기 방식은 배우기는 쉽지만 숙련이 돼도 입력속도가 좀체 빨라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

이에 따라 SK텔레텍 등 휴대폰 업체들은 중장년 층도 쉽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중이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