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시장'에 군불 지피자…내달 아파트 6만가구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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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장 눈치를 보며 분양을 미뤘던 건설업체들이 다음달에 아파트를 쏟아낸다. 예년 같으면 휴가철이 끝난 8월 말 이후부터 추석 직전까지가 분양 시즌의 절정기다. 그러나 올해는 딴판이었다. 업체들은 분양 시기를 마냥 늦췄다. 모델하우스 문을 열었다가 미분양을 잔뜩 안고 한숨만 쉬느니,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최대한 기다려 보자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11월이면 겨울의 문턱이고, 그 다음은 분양 비수기인 연말연시다. 그래서 상당수 업체가 10월에 분양 승부를 걸기로 했다.

◇시장 회복의 물꼬 틀까, 물량 압박 짐 될까=종전엔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은 대부분 활기를 띠었다.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자연스레 모델하우스로 쏠리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달 이런 효과가 나타나길 학수고대한다. 포스코건설 조대연 마케팅팀장은 “주목할 만한 몇 개 단지가 나올 경우 침체한 시장이 살아나는 사례가 꽤 있었다”며 “업계의 눈이 10월 분양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엔 다른 면도 봐야 한다. 물량 압박이다. 미분양과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신규 분양은 시장회복의 물꼬를 트는 ‘효자’가 아니라 시장을 짓누르는 ‘짐’이 될 수도 있다.
내달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6만여가구. 수도권 2만7000여가구, 지방 3만3000여가구다. 이달(3만2000여가구)보다 45%나 늘어난 물량이다.

물량이 많은 만큼 눈길 끄는 단지도 많다. 경기도에선 화성 동탄 신도시 1단계 분양이 주목된다. 지방의 경우 오랫동안 분양이 미뤄졌던 부산 용호동 오륙도 SK뷰, 충남 아산 배방자이2차 등이 소비자들의 심판대에 오른다.

주상복합아파트도 2200여가구가 대기 중이다. 규제 이전에 분양승인을 신청해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이 10여곳이나 된다.

◇지방, 규제완화 ‘뒷바람’탈까=내달 분양의 최대 관심사는 지방 분양시장의 청약 결과다. 부산·대구 등 지방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기대감으로 지난 8월 이후 미분양이 조금씩 팔리다가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자 시장이 다시 냉각됐다.

그러나 규제 완화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투기과열지구가 풀리면 분양권 전매가 부분적으로 허용돼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업체들이 10월에 지방 분양을 강행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대구·울산 등 영남권 광역시에서만 1만1380가구가 쏟아진다. SK건설 박창배 상무는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어 부산·포항 등지의 4100여가구를 내달 선보일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분양 결과가 나쁠 경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여가구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말(7만872가구) 이후 최고치다. 지방이 특히 많다. 지방 5대 광역시의 미분양 주택은 1만4600가구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희망 찾을 곳은=전문가들은 대단지와 신도시, 비투기과열지구 등이 10월 분양을 이끌 것으로 본다. 시장 회복을 속단하기 이른 시점에서 이런 곳은 수요층이 두텁고,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동탄 신도시 1단계(6779가구)와 인천 가좌동 SK뷰(2646가구) 등이 물량 공세를 펼친다. 지방의 경우 대단지로의 ‘청약 쏠림현상’이 두드러질 것 같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지방은 대단위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간의 집값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단지 위주로 청약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산 용호동 SK뷰(3000가구)·중앙하이츠(1149가구),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삼성래미안(1451가구), 포항 효자동 SK뷰(1181가구), 울산 매곡동 대우푸르지오(1100가구), 충남 아산 배방자이2차(1875가구), 천안 청당동 벽산(1647가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 비투기과열지구에서도 1만3000여가구가 나온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방 중소도시는 당분간 ‘틈새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공급 물량이 늘 경우 막차를 탄 사업장은 고전할 수 있으므로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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