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 대통령시대의 초기 정치상황을 담은 국정일지 15권이 11일 청와대에 의해 공개됐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부터 대통령 재직(63년 12월 취임)중인 68년까지다.
◇ 공개〓 '일지(日誌)' 라고 한자로 적힌 A3 용지 크기의 검은색 겉장을 붙이고, 펜글씨로 조목조목 기록한 이 자료는 이제껏 청와대 도서관에 묻혀 있었다.
청와대측은 "전직 대통령 관련 자료 발굴작업의 일환으로 3개월 전 현대사 학계에 이 일지의 사료적 가치 검증을 의뢰, 당시 통치활동을 기록한 유일한 일지임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 내용〓朴대통령의 동향.지시사항.중요 발표 외에도 국내외 정국 상황.주요 행사.인사내용 및 최고회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분야의 동정과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내역까지 정리해놨다.
박정희 의장의 미(美) 제7함대 항공모함 비공개 시찰 (61년 10월 18, 19일) 이나 각 정당 및 사회단체 동향 내사 (61년 9월 7일) 등 당시 신문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기밀사항도 기록돼 있다.
최고회의 초기에는 외교를 제1항목으로 두어 최고회의가 쿠데타 후 국제 여론에 민감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으며, 식량대책회의도 빈번하게 열려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61년 9월 4일에는 국가재건회의에서 다방에서 커피원두를 판매하면 혁명분위기를 깨뜨리는 결과가 재래(再來)되므로 역수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를 하는 등 시대간 인식의 간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지 첫 장인 61년 5월 16일 혁명란에는 "미명(未明) 군부에서 무혈혁명, 군사혁명위원회 설치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 전국에 비상계엄령, 혁명위 각급회의를 소집하고 전 국무위원을 체포할 것을 명령…" 이라고 씌어있다.
김종필(金鍾泌)공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대 의혹사건 책임을 지고 '자의반 타의반' 외유를 떠난 63년 2월 25일에는 "김종필씨 박의장의 특명 전권 순회대사로 외유 등정. 버마, 토이기, 구주 등 역방(50일 예정)" 이라고 적혀 있다.
김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