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 ‘대구탕 골목’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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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일 낮 서울 용산구 ‘삼각지 대구탕 골목’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김태성 기자]

9일 낮 12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맞은편 대구탕 골목. 폭 2m가 채 안 되는 좁은 길이 점심 식사 손님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대구탕을 파는 음식점 네 곳에는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손님이 꽉 찼다. 출입구 안팎은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손님들로 혼잡하다. 이 골목은 1970년대 중반 대구탕을 파는 음식점 두 곳이 문을 열면서 유명해졌다. 대구머리와 내장을 미나리·콩나물 등 야채와 함께 얇은 냄비에 넣고 센 불에 푹 끓여 우려내는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숙취해소에 좋아 애주가들의 속풀이 점심 장소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대구탕 골목의 풍경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대구탕 골목이 있는 용산구 한강로1가 158번지 ‘한강로 특별계획구역(3만2641㎡)’을 한강로1가 9번지 ‘전쟁기념관 전면 특별계획구역(7906㎡)’과 합쳐 개발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 한유석 도시관리정책팀장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올해 안에 고시하고 내년에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해 조합 결성, 사업시행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11년 중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초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쟁기념관과 한강로 사이의 노후건물 밀집지역은 공원으로 바뀐다. 노후 건물 주민들은 2001년부터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재개발을 추진했다. 이에 서울시는 2007년 6월 “남산 조망을 가리고 전쟁기념관의 접근성을 막는다”며 공원으로 만들거나 저층으로 개발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공원이 들어설 자리에 사는 주민들을 한강로 특별계획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건물의 용적률을 높여 수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전쟁기념관은 한강로 쪽 담을 허물어 새로 조성되는 공원과 기념관 광장과 연결돼 호국안보공원으로 꾸며진다.

재개발 소식을 들은 회사원 김진수(35)씨는 “삼각지 대구탕 골목은 술 먹은 다음날이면 해장을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라며 “사라진다니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돼도 대구탕 음식점들이 문을 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를 이어 35년째 영업 중인 원대구탕 주인 손석호(42)씨는 “삼각지 하면 대구탕으로 소문난 곳이어서 재개발이 되더라도 이 일대에서 다시 가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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