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우체부 프레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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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프레드
원제 The Fred Factor
마크 샌번 지음, 강주헌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168쪽, 9000원

프레드라는 한 우체부에 관한 얘기다. 물론 저자의 경험에 바탕을 둔 실화다. 그래서 감동의 깊이도, 너비도 남다르다. 프레드는 평범한 우체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프레드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을 통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레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은 노력에 따라 자신의 삶까지 바꿔 가는 각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급기야 ‘프레드상(賞)’까지 만들어졌고, 미국인들에겐 “당신은 프레드군요”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으로 통할 정도다.

덴버에 낡은 집 한 채를 구입한 저자는 그곳으로 이사를 간다. 거기서 그는 프레드를 처음 만난다. 프레드는 “인사도 하고,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아도 볼 겸 들렀다”며 저자를 찾아온다. 1년에 200일 정도는 출장 다닌다는 얘기에 프레드의 감동 서비스가 시작된다. 출장 일정을 미리 챙겼다가 귀가하는 날에 맞춰 우편물을 전해준다. “도둑이라도 들어오면 큰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깜짝 놀란다.

프레드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쉬는 날에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우편함에 편지가 마구 꽂혀 있는 날은 어김없이 프레드가 휴가 중일 때다. 프레드는 많은 우편물을 항상 끈으로 깔끔하게 묶어서 전해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저자는 우편함에 조그만 선물을 넣어 뒀다. 프레드의 서비스에 대한 보답이었다. 다음날 우편함에는 프레드의 편지가 한 통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우표까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소인은 찍혀 있지 않았다. 프레드는 우표가 없는 편지를 우편함에 넣는 것이 불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우표 한 장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는다.

저자는 ‘프레드의 비결이 뭘까’라며 골똘히 생각한 끝에 ‘네 가지 비밀’을 끌어낸다. 첫째는 마음으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상사의 인정이나 보상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그래야만 일에서나 인간 관계에서나 훨씬 가치있는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 둘째는 일보다 사람에 대한 배려다. 지금껏 집으로 배달된 우편물은 우편함에서 끝났다. 거기까지가 우체부의 일이었다. 그런데 프레드의 서비스는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돈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프레드에겐 푸른 유니폼과 우편물이 가득 든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의 감동 서비스는 돈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에서 나왔다.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쟁자보다 더 깊고, 더 넓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를 더 투자하느냐보다 중요하다. 넷째는 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은 새로운 날이라는 깨달음이다. 매일 아침 상쾌하게 일어나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저자는 승객들에게 웃음을 안긴 비행기 여승무원, 커피로 얼룩진 청바지를 직접 빨아준 호텔 청소부 등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또 다른 ‘프레드’에 관한 얘기도 풀어 놓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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