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국회의장' 8대 1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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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입법부 수장(首長)의 위상이 달라진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16대 국회는 '파워 국회의장' 시대를 예고한다. 이는 정치 사상 첫 경험인 '여소야대의 양당체제' 의 산물이다.

청와대는 야대(野大) 국회의 관리를 위해 의장의 역할공간을 넓혀줘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치적 예우를 따지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당 총재인 대통령이 내정해온 의장의 독점적 인선 관행도 바꿔질 수밖에 없다. 여당 혼자 힘으로는 국회의장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경우에 따라 1954년 해공 신익희(申翼熙)선생 이래 야당 출신 첫 의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부총재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의장이 들어서고, 여당 총재인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과거 모습은 사라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통법부(通法府)의 오명과 결별하려는 초.재선들의 의지에다, 새 정치의 국민 열망이 입법부 수장의 면모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엔 여당의 날치기와 야당의 육탄저지 장면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YS정권 때 국회의장을 지냈던 민주당 이만섭(李萬燮)고문은 "날치기는 단독 여당이든 공동 여당이든 과반의석이 전제돼야 가능한 만큼 역사의 유물이 됐다" 고 말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16대 국회 임기는 2004년까지로 차기 대통령 선출(2002년 12월) 이후에도 계속된다" 며 "이런 점도 국회와 국회의장이 유례없는 자율성을 누릴 조건" 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달라진 정치환경을 발판으로 국회문화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의욕과 실험정신이 뒤따를 것이냐 하는 점이다.

咸교수는 94년부터 4년간 미국 하원의장을 지냈던 뉴트 깅그리치(공화당.야당)의 교훈을 제시했다.

여소야대 시절 그는 개원의회 첫날 의회 개혁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또 여야 초선의원들과 전략적으로 연대해 구정치의 다선 상임위원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깅그리치의 의회 개혁실험에 초당적 지지가 뒤따랐고 하원의장의 권위는 높아졌다.

그 뒤 그는 클린턴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발목을 잡는 바람에 국정난조의 책임을 뒤집어 쓰고 퇴장했다.

이런 사례를 우리 정치상황에 그대로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6대 국회의장은 새로운 역할과 위상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적 요구다.

전영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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