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생명운동의 본거지 원주 책읽기에 파묻힙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도시의 주민 모두가 똑같은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요. 그 획일성이 무섭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책을 든 시민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읽힐 듯합니다.

강원도 원주시가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에 들어갔다는군요. 1년에 책 한두 권을 선정해 전체 주민이 다 읽도록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책과 독서문화를 통해 지역통합을 이루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목적이겠지요. 그 첫 책으로 무위당 장일순(1928~1994)이 남긴 글을 모은 『좁쌀 한알』(도솔)이랍니다. 장일순 선생이 원주 출신이고, 그가 공을 들인 분야가 생명운동이라니 훌륭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이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서울에서도 도시 전역에서 ‘책읽는 서울’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울 문화재단이 서울 시내 공공도서관과 함께 10월 말까지 진행합니다. 지금 서울 시내 어느 도서관을 찾아가도 자녀들과 어울려 책에 빠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보면서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다시 자리잡을 날을 꿈꿔봅니다.

북리뷰 B15면 ‘독자마당’에 소개되지 못한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는 가져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인간은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정신적·내면적 행복과 여유가 없다면 구속된 상태에 놓인 거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주 신현림 시인이 가을을 맞아 커버스토리로 내놓은 내면을 다스리는 책 두 권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특히 컸습니다. 분명 가을은 자신의 참모습을 직시하기에는 좋은 계절입니다. 그러기에는 또 책읽기만한 것이 없지요. 어떤 책이라도 좋습니다. 그 안에는 나름의 작은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추석 귀향길에는 책을 한 권 사서 읽다가 고향의 가족들에게 선물로 남기고 와도 좋겠습니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