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 자문가들 좋은게 좋다식 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주식 투자 자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경고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발간된 '증권사 X파일(원제 Licence to Steal)' 라는 책에서는 소위 개미군단들에게 전혀 가치가 없는 주식을 매입하도록 강권해 자기 잇속을 차리는 악덕 브로커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AP통신은 최근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이 주로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냉철하고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종목 평가를 하는 투자 전문가들은 고객사와의 관계를 의식한 사측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만 하라" 고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일부러 '매도' 추천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관련 조사기관인 퍼스트콜/톰슨 파이낸셜의 조사에 따르면 5월1일 현재 2만8천여건의 종목 평가 가운데 매도를 권유한 비율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의 73.9%가 '매수' 혹은 '강력 매수' 추천이었다.

이 기관의 척 힐 조사담당국장은 "전문가들이 매입 추천을 하면 사실상 보류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며, 보류 추천을 하면 매도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증권사들이 고객을 더 많이 끌어오면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하는 쪽으로 임금보상 체계를 바꾸면서 한층 심화되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려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악용, 자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전문가들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아서 레빗 회장도 최근 "투자 전문가들이 회사와 고객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부정적인 평가를 일부러 회피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여러 역기능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게 되고 왜곡된 평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고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투자자문사인 발렌타인 앤 컴퍼니의 로버트 발렌타인 사장은 "개인 투자가들이 손해를 최소화하려면 추천 종목에 대한 기초여건 분석과 함께 여러 경로를 통해 세부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