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스파이 마담 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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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평범한 할머니가 주인공인 첩보물.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다.

'미션 임파서블' 이나 '007 시리즈' 처럼 정예 요원의 액션과 비밀 병기 따위를 기대해선 안된다.

오히려 드라마적인 잔재미가 두텁게 깔린 영화다.

TV시리즈 '제시카의 추리극장' 에서 인기를 끌었던 '명탐정 할머니' 안젤라 랜스베리가 주연을 맡아 친근감을 더한다.

누구나 한번쯤 스파이를 꿈꾼다. 비밀 임무를 띄고 잠입,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스릴 만점의 경험을 누리는 것.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영화는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잊혀진 꿈을 충족시킨다.

주인공인 에밀리 폴리팩스가 그렇다. 남편을 여읜지 1년이 지나자 에밀리는 일상이 무료해진다.

담당 의사는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도전해보라" 고 충고한다.

그런데 에밀리가 선뜻 도전장을 내민 곳은 다름아닌 첩보기관. 소녀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에밀리는 모나코로 투입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암호가 담긴 책만 전달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미행과 납치가 거듭되면서 전직 KGB 요원들의 음모가 드러난다. 구소련의 핵폭탄을 테러 단체들을 대상으로 경매에 부치려는 것. 에밀리의 재치와 용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

첩보물임에도 굳이 액션에 기대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눈에 띈다.

물론 구성이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제 The Unexpected Mrs Pollifax.감독 앤서니 풀렌 쇼, 주연 앤젤라 랜스베리.토머스 랜 그리피스. 1999년작.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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