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비 횡령 회사대표·교수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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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국가가 위탁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정부지원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I사 대표 홍모(57)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H대 이모(50) 교수 등 2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2006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규소와 산소화합물인 실리카(공업재료로 사용) 제조기술 개발자금 9억60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뒤 이 중 4억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I사는 실리카 연구를 수행할 연구소나 연구인력이 없으면서도 개발 주관사로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는 정부에서 실사를 나올 때마다 다른 곳에서 장비와 기계를 빌려와 관계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또 2006년 8월 정부로부터 기초소재 기술개발 지원금으로 받은 4억4000만원 가운데 2억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이 교수는 실험용 기자재를 산 것처럼 영수증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연구비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위탁 연구과제 사업에서 정부기관·연구기관·기업체가 상호 유착한 사례도 검찰 조사에서 다수 적발됐다.

기업체가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 관계자에게 금품이나 자사 주식을 주는 로비를 통해 과제수행 기관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교수의 경우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하려는 기업체와 정부기관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찬식 첨수1부장은 “국가의 연구개발 과제 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연구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지원금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관계당국에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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