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주외국인 '부산사람'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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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산에는 볼만한 문화가 없다" "부산사람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 "부산에 외국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부족하다" ….

부산에 사는 외국인에게 비친 부산과 부산 사람 모습이다.

2002 문화시민 운동 부산시협의회(회장 李태일)주최로 4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외국인이 본 부산사람과 부산사회' 심포지엄에 주제 발표자로 나선 4명의 외국인은 한결같이 부산과 부산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렸다.

◇ 로버트 할리(42.미국.국제변호사)〓한국사람은 외국인을 빤히 쳐다보는데 외국인은 이를 싫어한다. 나이를 묻는 것도 실례다. 아기가 귀엽다고 만지는 걸 외국인은 싫어한다.

한국 어린이들이 외국인을 보면 '헬로' 라고 장난스럽게 인사하는데 듣는 외국인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한국인은 동남아 산업 연수생을 낮춰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무시 당한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인을 욕하게 돼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 때문에 외국문화를 배우기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 요시무라 야스오(51.일본.부산 일본영사)〓부산의 교통체증은 너무 심하다.

차가 너무 밀려 약속시간을 어길 때가 많다. 부산사람은 너무 성급하다. 너무 무뚝뚝한 것이 불친절한 것으로 비칠 때가 있다.

물건을 사러 온 외국인에게 찾는 물건이 없으면 "없다" 고만 할 뿐 어디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지 안내해주는 사람이 드물다.

◇ 오해생(吳海生.46.중국.한중합작 상해금강성 총경리)〓부산은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도시를 자연과 조화롭게 개발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외국인이 부산에서 관광하거나 쇼핑하기가 힘 들다. 언어소통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은 태국.필리핀.스리랑카.인도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진다.

◇ 알록 로이(45.인도.부산외대 교수)〓부산은 문화의 국제화가 부족하다.

부산사람은 부산에 온 외국손님을 경주관광을 시켜주고 만족해 한다.

부산에 보여줄 문화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부산은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시설을 제공하는데 인색하다.

초등학교를 수업이 없는 오후 시간에 외국인 학생에게 개방하면 좋을 것이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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