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강혁 '왼손 거포'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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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강혁(24.두산)이 돌아왔다. 오랫 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불운을 훌훌 털어버리 듯 방망이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강혁의 비운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과의 입단계약을 파기하고 한양대에 진학하는 이중계약 파동으로 대학졸업 2년만인 지난해에야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프로데뷔는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어깨부상이 그를 다시 프로야구판에서 몰아낸 것. 그 결과 지난해는 15경기 타율 0.150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 신일고 시절 초교교급 왼손타자로 이름을 떨치며 91년 고교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타격상 수상과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강혁으로서는 참기 힘든 시간이었다.

강혁은 짧은 머리카락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도록 배팅훈련에 몰두했다.

예전의 명성을 찾는다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오기' 였다.

새천년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면서 강혁은 2일 현재 89타수 33안타로 팀동료 김동주와 함께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도 0.371로 3위에 올라 드림리그 2위 두산(15승7패)의 상승세를 이끄는 '핵' 으로 자리잡았다.

6번타자 강혁의 정교한 중장거리포는 프로야구 최고 파워를 자랑하는 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를 뒤에서 떠받치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루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

강혁은 경기가 끝난 뒤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 타격훈련을 한다.

"쑥스럽지만 신인왕에 도전해 보겠다" 는 강혁은 89년 박정현(태평양), 95년 이동수(삼성)에 이어 프로야구 세번째인 '늦깎이 신인왕' 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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