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金과 백두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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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96년 사업자가 선정된 백두사업은 감청장비를 실은 정찰기를 띄워 북한 전역의 음성통신과 신호정보를 분석하는 정보전(情報戰)사업이다. 당시 환율로도 사업비는 1천6백여억원. 영상 레이더장치를 실어 북한 지역을 촬영.식별해내는 영상 정보정찰기 도입사업(금강사업)과 함께 백두.금강사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백두사업 핵심은 정찰기와 감청장비 선정 등 두가지. 잡음은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던 미국 E시스템이 감청장비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응찰가격이 가장 비쌌지만 프랑스.이스라엘 경쟁사를 제친 것이다.

여기에 E시스템사가 정찰기 납품까지 차지하면서 탈락업체들의 반발이 커졌다. 당초 프랑스 닷소사 '팔콘' 과 미국 세스나사 '시테이션Ⅲ' , 미국 레이시온사 '호커 - 800' 등 3개 비행기가 경합을 벌였다.

감청장비 납품업체로 선정돼 자연스럽게 정찰기종 결정에 관여하게 된 E시스템은 레이시온을 밀어 낙점시켰다. 이후 E시스템은 레이시온에 합병됐다. 결국 린다 김이 대리한 회사가 감청장비와 비행기 납품을 독식한 셈이 됐다. 호커 - 800은 92~93년 시험평가단 평가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었다. 현재 정찰기와 감청장비 등은 제작 단계에 있다.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이 사업은 주문생산인 만큼 감청장비 제작사가 비행기를 선택하는 게 타당했다" 고 설명했다. 李장관이나 린다 김 모두 E시스템 제품 선정과 관련, "공중에서 보내는 자료를 주한미군 시설을 통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제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李장관은 그 뒤 탈락업체들이 린다 김과의 관계를 들어 반발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납품계약에 대한 대통령 결재가 있은 지 3개월 뒤인 96년 9월 당시 李장관이 미국에 있던 린다 김에게 보낸 편지에는 선정경위를 의심받을 만한 표현이 들어 있다. '큰 프로젝트가 끝난 뒤 집에 가라고 했을 때 내 말을 들었어야 했다' '내가 누차 말한 것 You must protect me(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李장관은 또 린다 김에게 '직접 통화는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전화 대신 영어 팩스로 하고 중요한 것은 인편으로 보내라' 며 수사당국의 내사를 의식한 당부를 했다.

결국 98년 검찰과 군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해 백두사업단장이던 권기대(1급 군무원)씨 등 전.현직 군 관계자 7명이 구속됐다.

린다 김은 이에 대해 "내년 3월 백두사업 장비를 한국으로 인도해 실제로 사용해보면 모든 의혹은 사라질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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