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29일 비공식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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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국립 러시아 박물관 특별회담장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7월 오키나와(沖繩)에서 개최될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유엔의 새로운 역할▶양국관계 증진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푸틴 대통령 당선자는 "G8 정상회담을 비롯해 유엔총회, 아시아.태평양 지역포럼 등에서 일본 총리와 올해 중 네차례 더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실은 이와 관련, 푸틴이 오는 8월말이나 9월 초 일본을 공식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간의 해묵은 논쟁인 쿠릴열도 문제와 서방측의 관심사인 체첸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일본이 ▶푸틴 집권 이후 회생 조짐을 보이는 러시아의 경제적 잠재력을 감안해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고▶체첸사태를 이유로 갈등하고 있는 서방과 러시아간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국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영토분쟁 해결이 우선돼야 할 것" 이라며 "민감한 이슈를 회피한 채 구호로만 화해와 협력을 강조했다" 고 비판했다.

◇ 러시아와 모리 총리〓모리 총리는 "아버지가 유언을 통해 러시아와의 우호강화를 열렬히 바라셨다" 며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의 아버지 모리 시게키(森茂喜)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의 조그마한 항구 마을 네아가리(根上) 촌장으로 러.일 우호에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유해를 나누어 절반은 일본에, 나머지는 러시아에 매장하게까지 했다. 지금도 시베리아의 셸레호프라는 마을 묘지에는 그의 유해 일부가 일본어.러시아어 안내문과 함께 묻혀 있다.

모리 총리는 또 회담 후 "푸틴과 서로를 요시와 볼로자(요시로와 블라디미르의 애칭)로 부르기로 했다" 며 친근한 관계로 발전했음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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