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대표, 여 전당대회 연기론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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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27일 당 일각의 전당대회 연기론에 쐐기를 박았다.

춘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전대 연기론은 李고문의 사견" 이라며 옆에 앉아 있던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을 가리키기까지 했다.

참석자들은 "徐대표가 작심하고 원칙을 분명히 한 것" 이라고 해석했다.

徐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총선 이후 당 운영방안 등을 보고했다.

때문에 자연히 이날 그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렸다.

' 李고문도 "전당대회 연기를 얘기한 적이 없다" 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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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대표 말대로라면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9~10월 7명의 최고위원을 뽑고, 이중 한명을 총재인 金대통령이 대표최고위원으로 지명해 당을 이끌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연기론은 잦아들지 않을 것 같다.

李고문 등 일부 영입파 중진들 사이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李고문측은 16대 총선에서 확보된 당내 위상을 최대한 끌고가 '이인제 대세론' 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때문에 아직 당내 세력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최고득표 자리가 흔들릴 경우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권 후보의 조기 가시화가 당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생각도 李고문은 갖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 외부 특강에서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 "2002년 봄께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돼도 늦지 않다" 고 말했다.

"일찍 떠오르면 그만큼 빨리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는 논리다.

"여권 내 권력 중심이 최대한 오래 金대통령에게 머물러야 한다" 는 얘기도 그는 한다.

李고문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예상되는 인사는 동교동계 핵심인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

韓위원은 전대와 관련, "노 코멘트" 라며 언급을 피한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전대 개최 시기는 당헌에 규정된 사항" 이라며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고 말한다.

韓위원 외에도 당내 기반이 든든한 일부 중진들은 공식 경선으로 'DJ이후' 의 위상을 챙겨둘 필요성을 갖고 있다.

김근태.안동선(安東善)지도위원과 5선(選)인 조순형(趙舜衡).김태식(金台植)의원, 4선인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이협(李協)당무위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김근태 위원은 "전대를 예정대로 소집해야 정치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핵심 관계자는 "최고위원 경선 때문에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연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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