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 콜금리 인상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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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단기금리를 석달여 만에 소폭 올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초청 강연에서 "최근 장.단기 금리격차가 5%포인트까지 벌어져 기업의 자금 수요가 단기로 쏠리고 있다" 며 "이는 돈이 도는 속도를 빠르게 해 금리상승 압력을 높이고, 나아가 저금리.저물가체제 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이같은 全총재의 발언은 경기 상승세의 지속으로 장기금리가 3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

단기금리와의 격차가 지난 2월말 4.85%포인트에서 최근엔 5%포인트 수준까지 확대된 현상을 방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은은 특히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의 총량을 국내총생산과 비교해 돈이 도는 속도를 가늠하는 총통화 유통속도가 지난해 3분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4분기 5.7% 상승에 이어 올 1분기에는 6% 수준까지 올라감에 따라 물가상승의 압력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계는 한은의 이같은 분석이 사실상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인상폭은 지난 2월과 같은 0.25%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단기자금이 풍부한 상태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면서 "이런 현상은 오히려 공개시장조작 등 금융정책 수단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투자회사 JP 모건은 이날 '세계경제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통화당국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콜금리를 연내 0.75%포인트, 내년에 1.0%포인트 올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허의도.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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