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기부주석, 동기와 53년만에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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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3년 만의 상봉' .

방한(訪韓) 중인 조남기(趙南起.73)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26일 뜻밖의 만남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서울의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오던 趙부주석이 박물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만주 동북군정대의 동창생 최태환(崔泰煥.71.삼성화재 안국삼흥대리점 대표)씨를 만난 것.

동북군정대는 마오쩌둥(毛澤東)이 1946년 5월 중국인민해방군의 훈련을 목적으로 설립한 대학이다.

두 사람은 이 군사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47년 5월까지 1년간 함께 교육받고 헤어진 이후 이날 처음 상봉한 것이다.

崔씨가 군정대 졸업장을 보여주며 자기 소개를 하자 趙부주석은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며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며 "많이 늙었다" 고 인사했다. 이에 崔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만나뵙고 싶었다" 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약 5분간 졸업 후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아쉬운 작별을 했다.

崔씨는 북한 인민군 중좌(한국군 중령)로 50년 한국전쟁에 참전, 낙동강 전투에서 부상한 뒤 지리산에서 2년 가까이 빨치산 활동을 하다 체포돼 10년간 수감생활을 했었다.

88년엔 빨치산 생활을 다룬 자전적 소설 '젊은 혁명가의 초상' 을 펴내 화제가 됐었다. 그는 29년 함경도 경성에서 태어나 9세 때 부모와 함께 간도로 건너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정대에 입학했다.

상봉은 崔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뤄졌다. 崔씨는 90년부터 사업상 알게된 중국인을 통해 趙부주석이 동창임을 알고 그를 만나려고 중국인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몇차례 연하장을 보내기도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96년엔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군정대 동창회에 참석했으나 趙부주석이 나오지 않아 상봉하지 못했다.

그러다 趙부주석의 방한으로 이번에 뜻을 이룬 것.

이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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