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46년째 "할까…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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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디노미네이션 변경의 필요성은 1959년 일본은행에서 제기된 이후 19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집권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했다.

당시 찬성론자들이 내건 주된 명분은 '엔의 위신 회복'이었다. 달러당 1엔으로 시작한 엔화의 가치가 어떻게 100분의 1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논의 때마다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곤 했다.

본격적으로 디노미네이션 변경이 부각됐던 것은 99년 오부치 내각에서다. 당시 유로가 탄생하면서 자민당은 '엔 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소위원회'까지 만들고 99년 8월 "2002년 1월을 기해 100엔을 신 1엔으로 하자"는 구체적 제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일반 국민이나 국제사회의 평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도입에 필요한 2조엔의 비용 부담도 문제"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후 고이즈미 내각이 들어선 뒤 디플레가 심화되면서 이런 논의는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다소 회복되자 디노미네이션 변경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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