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표류 원전센터 또 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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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센터 후보지 선정 작업이 또다시 난관에 부닥쳤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마감시한(15일 자정)까지 원전센터 예비 신청을 한 자치단체는 한곳도 없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대안을 마련해 지역 주민.시민사회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해 원전센터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추진해 온 후보지 선정 작업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1986년 이후 19년째 추진해 온 원전센터 입지 선정은 올해를 넘겨 상당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유치 신청을 해 예비신청 자격을 인정받은 부안군에 대해 이 장관은 "현행 절차에 따른 주민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새로운 원전수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안군의 원전센터 유치에 찬성해 온 주민 250명은 "정부는 예정된 후보지 선정 일정을 계속 진행하라"며 이날 정부 과천청사 앞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 원전센터 어떻게 되나=부안군을 제외하고는 원전센터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가 나서지 않은 데다 부안군의 주민투표 실시에 대해 정부 스스로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어 당초 일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극히 작다.

정부가 열린우리당에 제시한 중재안대로 시민단체 등과 같이 공론화기구에 참여할 경우 원전센터 입지 선정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정부가 중재안을 거부하고 기존 일정을 일부 보완해 새로운 추진 일정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행정법원의 1심 판결도 변수다. 원전센터를 찬성하는 부안군 주민들은 정부가 지난해 7월 부안군 위도를 원전센터 입지로 결정한 것을 뒤집고 추가 후보지를 선정하려 한 것 자체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었다.

◆ 원전정책 파행=정부는 그동안 "전국의 원자력발전소 안에 임시로 설치한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이 2008년부터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원전센터 건설 기간(4년)을 감안할 때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입지를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올해 안에 입지가 확정되지 않으면 당장 원전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진다.

정부가 공론화기구에 참여할 경우 신고리 1, 2호기 원전 건설 문제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이 원전센터 문제를 원전의 신규 건설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의 추가 건설 등을 감안해 올해 중에 중장기 전력 수급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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