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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고등어·치즈까지 …비싸지만 건강 위해 OK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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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호 28면

세 남매를 둔 주부 백기옥(35·서울 자양동)씨는 유독 ‘소금 쇼핑’만은 깐깐하다. 3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강남점 식품매장에서 만난 백씨는 저염 처리된 노르웨이산 간고등어 세트를 집어 들었다. 백씨는 “소금 과다 섭취가 몸에 안 좋다는 뉴스를 자주 듣다 보니 2~3년 전부터는 식품 성분 표시에 있는 나트륨 함량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강모(48) 사장은 국그릇에서 건더기만 떠먹는다. 설렁탕·짬뽕 같은 국물 음식은 가급적 삼간다. 강 사장은 “국물에 나트륨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건더기 위주로 식사 습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꾸준히 늘어나는 저염 식품

성인 하루 소금 섭취 11.2g, 권장량의 두 배
‘소금 줄이기’가 식탁의 화두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한국 국민은 1인당 하루 평균 11.2g의 소금을 섭취한다(2007년 현재). 나트륨을 기준으로 하면 4388㎎이다. 생리적으로 필요한 소금의 양은 하루 2~3g,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5g 이상 먹지 말라고 권한다. 소금보다 더 문제는 나트륨(Na)이다. 소금에 많은 나트륨은 거의 모든 음식물에 포함돼 있어 필요 이상 섭취된다. 과잉 섭취된 나트륨은 대개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몸 안에 흡수돼 수분을 끌어들이는 작용을 한다. 이것이 고혈압·심장병·위암 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나친 소금 섭취가 나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식품업계의 저염 제품 출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등장한 저염 제품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군(群)도 다양해졌다. 소금은 물론 간장·김치·치즈도 저염 제품이 인기다.

동원F&B가 내놓은 ‘양반포기김치’는 염도가 1.8%로 일반 가정에서 담그는 포기김치(2.2%)보다 소금이 적게 들어간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치는 염도가 낮으면 쉽게 쉬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숙성 지연 양념과 장기 절임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은 2.2㎏들이 1만2900원, 4㎏들이는 2만1900원이다. 경쟁 제품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대상㈜ 청정원 ‘햇살 담은 자연 숙성 저염 진간장’은 기존 간장보다 나트륨 함량을 25% 낮춘 제품이다. 천연 효모와 굴로 진한 맛을 높여 일반 간장과 같은 양을 넣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930mL 제품이 4200원으로 일반 간장보다는 10%가량 비싸다.

㈜상하가 최근 출시한 ‘유기농 우리아이 첫 치즈’는 장(18g)당 나트륨 함량이 120㎎이다. 경쟁 제품과 비교해 나트륨이 15%가량 적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발 단계부터 나트륨이 적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소비자 의식 조사를 반영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치즈 가운데 염도가 가장 낮다”고 말했다.

저염 간고등어도 나와 있다. ㈜웰씨위드가 수입 판매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국내산 일반 자반 고등어에 비해 소금량이 10분의 1쯤 된다. 일반 간고등어처럼 소금을 직접 쳐서 간을 맞추는 게 아니라 농도 2.5%의 알칼리성 소금물에 저온 숙성하는 방식을 쓴다. 초벌구이를 해 포장 판매하고 있는 ‘마크렐’ 제품은 두 마리(500g)에 1만3800원.
 
저염 제품만 찾는 단골손님도
요즘은 젓갈도 소금과 ‘전쟁’을 벌인다. 부산에 있는 덕화푸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저염 명란젓을 선보였다. 일반 명란의 염도가 6~8%인 것에 비해 이 회사의 저염 명란은 4%가 되지 않는다. 이 회사 장종수 상무는 “출시 초기엔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꾸준히 전화·인터넷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800g짜리 선물세트는 8만2000원. 일반 명란젓보다 5~10%쯤 비싸다.

저염 소금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대개는 나트륨 함량을 40~50%가량 줄이는 대신 염화칼륨이나 염화마그네슘으로 짠맛을 낸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의 ‘백설 팬솔트’, 청정원 ‘나트륨1/2 솔트’ 등이 이런 제품이다. 다만 저나트륨 소금은 혈압을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저염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소금 섭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는 주방과 식탁이다. 저염 제품이라도 많이 먹으면 소금 섭취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배화여대 정락원(조리학)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11~13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음식을 짜게 먹는 식탁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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