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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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파업을 했던 철도노조가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그 파장이 민주노총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맞서는 전위부대로서 정부와의 맞짱(파업)을 감행했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철도노조가 예전 정부 때처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이것이 투쟁의 기폭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실패로 끝났다.

여기에다 서울메트로 노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도노조 파업이 끝나자마자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3일 선언한 것이다. 이미 20개 가까운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황이다.

탈퇴 도미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노총엔 한 가닥 희망이었던 전국공무원노조도 휘청거리고 있다. 노동부는 4일 공무원노조가 낸 노조설립신고서를 돌려보냈다. 옛 전공노 해직자 82명의 조합원 여부가 불분명하고, 대의원 대회가 없을 때는 조합원 전체 총회를 거쳐 규약을 제정해야 하는데 그 절차도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구성과 절차가 모두 미심쩍다는 얘기다. 노동부의 요구대로 고쳐서 설립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공무원노조는 합법적인 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전국 40여 개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있다. 곳곳에서 노·정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지만 국민은 노조보다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주력부대인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지부와의 갈등 때문에 단체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금속노조가 설령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해도 전위부대인 현대차 지부가 동참하지 않으면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 민주노총은 이달 말 총파업 계획을 잡고 있다. 동력이 급속히 떨어진 상태에서 향후 민주노총의 투쟁 동선은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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