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이 교육 위해 아버지는 뭘 해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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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람은 따뜻한 시선으로 자란다
이중재 외 지음
메디치, 336쪽, 1만5000원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교육열이 높다고 자랑하기에는 학급당 학생수라든가 인구대비 도서관수 등의 객관적 지표가 너무 뒤떨어지는데다가, 엄밀히 말하면 ‘부모’ 중에서 부친은 쏙 빼고 모친의 교육열만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 순위에서 아버지는 꼴찌에 오르고, 학교에서도 ‘학부모회’라는 이름의 모임을 버젓이 평일 낮에 열어 아버지의 참여를 원천봉쇄한다. 오죽하면 자녀 교육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꼽겠는가.

고 이중재 의원과 그 부인인 최연진씨가 세 아들을 키우면서 공동으로 써내려간 일기를 재편집한 이 책은, 최고의 업무효율을 위해 아버지를 가정으로부터 격리하기 시작한 고도경제성장기 이전의 부성을 아련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거지까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포착하는 아버지의 시선 속에서, 삼형제는 종종 말썽을 피우면서, 그러나 대견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1950, 60년대의 소소한 생활상과 정치적 사건들이 풍경처럼 지나간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극한 이 아버지는 한 문제만 틀려도 꾸중을 하고, 입시결과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극성’이라기보다 자연스런 부성의 발현으로 보이는 것은, 아버지란 자녀 교육을 멀찍이 방관해야 하는 존재라고 치부되는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이 몇 살 때 뭘 하며 지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나 자신부터 반성하게 된다.

이 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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