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읽기] 근대 중국 주춧돌 놓은 장제스를 다시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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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제스(蔣介石)일기를 읽다
레이 황 지음
구범진 옮김, 푸른역사
648쪽, 2만9500원

장제스(1887~1975)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단편적인 경우가 많다. 대개 마오쩌둥과의 내전에서 패한 뒤 타이완으로 쫓겨간 인물 정도로 기억되고 있다. 그같은 상식에 이 책은 도전한다. 저자 레이 황(1918∼2000)은 항일전쟁에 장교로 참전한 바도 있는 중국계 미국인 역사학자. 그는 『1587, 만력 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 등 독특한 역사서로 국내에서도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책은 언뜻 장제스를 위한 변명으로 읽히기도 한다. 저술의 기본 자료가 장제스 일기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일기의 진정성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오쩌둥을 비난하고 장제스만 편든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근대 중국’이 다시 태어나는 20세기를 되돌아 보면서, 21세기 ‘통일 중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중국 근현대사에서 장제스와 마오쩌둥에게 주어진 역사적 역할에 저자는 주목한다. 장제스가 근대 중국의 새로운 상부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군대에 대한 국가의 통일된 지휘체계, 법정 통화, 중앙집권적인 재정, 새로운 행정기구의 마련 등 근대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상부구조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상부구조가 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고해도 왕조의 폐허 속에서 근대국가의 새 틀을 다진 인물로는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오쩌둥의 경우는 근대 중국의 하부구조를 다시 구성해냈다고 봤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는 일은 경제개혁을 이끄는 뒷세대 몫이라고 했다. 저자의 중국 근현대사 해석에는 강한 현실 긍정적 시각이 깔려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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